【ἀπορία】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캐논볼/CoC 플레이 로그
2026. 8. 20. 21:56
나만이 널 오롯이 생각해.
수분을 잃은 널 보며, 문득 떠올리겠지.
우리의 여름은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
KPC. 벨키로스 헤일로
PC. 츠가와 타케요시
∘₊✧──────────────────────✧₊∘
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당신은 집에 홀로 남아 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며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입니다.
당신이 괜히 강수량에 대해 떠드는 뉴스에 집중하다 보면,
∘₊✧ 듣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70 듣기 (1D100<=7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39 > 39 > 보통 성공
쏴아아-
매서운 빗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 비는 언제 즈음 그칠까요?
“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앵커가 무어라 하든,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지니까요.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시간당 100mm로 인천 전역을 시작해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똑.
“기습 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똑똑.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택배를 시켰던가요?
누가 집에 방문하기로 했던가요?
기억을 더듬어도 방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팟.
정전입니다.
우중충한 하늘 덕에,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인터폰마저 지직, 뚝.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네요.
문을 열어 줄 건가요?
아님, 조용히 그 누군가를 무시할 건가요?
누, 누구세요······?! (겁 먹은 채 살짝, 문을 열어본다.)
선배─
다행히도 이름 모를 방문객은 아닌 모양입니다.
살짝 열린 문 사이로 들리는, 꽤 익숙한 목소리······.
그래요. 벨키로스네요.
비가 힘껏 쏟아지는 창밖을 보면, 어떤 이유에서 연락도 없이 찾아왔을지 쉬이 예상이 가지 않지만······.
뚝, 뚝.
조금 더 문을 열자니, 흥건히 젖은 바닥이 보입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그도 함께.
빗물이 방울방울 매달린 머리카락, 하염없이 물이 떨어지는 옷, 또······.
선배.
당신을 부르는, 어쩐지 조금······ 지쳐 보이는 인상의 그입니다.
∘₊✧ 심리학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10 심리학 (1D100<=1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45 > 45 > 실패
당신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으음.
여유를 잃은 듯한 표정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괜찮은 거야?
······무엇이?
물어보기도 전,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고칩니다.
떨리지 않는 목소리, 그저 태연한 낯으로······.
물에 쫄딱 젖은 생쥐 꼴인 것만 제외하면, 완전히 평소의 그네요.
······. (머리 탈탈······.) 볼일이 있어 잠시 나왔는데, 비가 오더라고.
마침 선배 집이 근처길래 들렀는데.
괜찮지?
그거야 당연하지······! 수건 가져다 줄 테니까 여기 있어! 그보다 괜찮냐는 건, 무슨 말이야?
응? 아아. 정전 난 것 같길래. (으쓱.)
...몇 분 지나면 돌아오지 않을까? 갑자기 물이 샌다던가 그런 것만 아니면 좋을 것 같은데. (질린 표정으로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수건 하나를 챙겨와 건넨다.) ...들어올래?
Thx. (자연스레 수건 건네받아 머리 살살 털어낸다. 옷은, 음······. 답이 없군. 대강 물기만 정돈하고는 너 본 채 고개 끄덕.) 어엉. 비 그칠 때까지만 신세 좀 질게.
내 옷이라도 빌려줄까? 그대로 입고 있으면 분명 감기 걸릴 걸. (현관 앞에 서 네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몸을 돌린다.) 아, 거실은 이 쪽. 깜깜하니까 조심히 들어와.
그럼 고맙긴 할 텐데. (나한테 네 맞을까. 상상하다 문득 피식 웃었다. 현관에 잔뜩 젖은 신발 고이 벗어둔 채 손에 들린 수건 내려보고. ······수건을 발로 밟으면 안 되지 않나? 눈치 슬쩍.)
거실에선 네모난 상자 속 [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 폭우를 다루고 있으며,
[화장실]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 이미 가져왔지만요.
[부엌] 찬장에 고이 모셔둔 티백으로 차가운 그의 몸을 녹여 줄 수도 있겠어요.
[그]는 몽땅 젖은 탓에 여전히 현관에 우뚝 서 있습니다.
바닥이야 나중에 닦으면 되니까, ...일단 거실로 갈까? (그를 거실로 데려간다.)
세찬 비를 맞은 탓일까요.
그의 낯은 평소보다도 더 창백해 보입니다.
그 외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소와 다른 점이······.
∘₊✧ 관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55 관찰력 (1D100<=5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52 > 52 > 보통 성공
찰나, 그의 손등 위로 여린 푸른빛이 반짝거립니다.
분명 어떤 형태를 이루면서요.
그는 별다른 거부 없이 당신을 따라 거실로 발을 옮깁니다.
잠깐 앉아 있을래? 금방 차라도 가지고 올게.
아, 그래······.
잠시간 멍하니 서 있던 그는 당신의 말에 반응조차 조금 늦습니다.
느지막이 얽었던 손을 풀어내고, 수건을 바닥에 깔아 그 위에 앉더니 손이나 두어 번 흔들어 보이네요.
(벽을 짚어가며 부엌을 향해 걷는다. 창문 틈새에 비친 빛에 의지하며 손 뻗어 티백을 찾아본다.) 티백이······. 이 쪽이었나?
찬장에는 티백이 여러 개 놓여 있습니다.
어디서 받았던 건지, 직접 산 건지 기억은 흐릿하지만요.
찬장 문을 열어 볼 경우······.
덜컹, 내부는 텅 비어 있습니다.
분명 많이 남아 있었는데······.
함께 사는 가족이 모두 먹은 걸까요?
∘₊✧ 행운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45 행운 (1D100<=4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65 > 65 > 실패
지금 그에게 줄 수 있는 거라곤 따뜻한 물이 전부겠어요.
(따듯한 물을 챙겨 도로 거실로 향했다. 네 곁에 털썩 앉곤, 손에 쥔 잔을 건넸다.) ...남아있는 차가 없나 봐. 이거라도 마셔.
딱히······. 이거면 충분해. (아무 생각 없이 잡았다가, 뜨거워 놓칠 뻔했다······. 어이구. 정신 차리려는 듯 고개 한 번 휘젓고. 다시 받아 들어 홀짝.)
에, 미안! 그렇게 뜨거울 줄 몰랐어! (잔의 입구 쪽을 쥔 채 왔으니 말이다······. 네 눈치 보며 발가락을 꼼지락 대다, 상자 속 뉴스로 조용히 시선을 옮겼다.) 우리, 학교는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전혀 그칠 기미가 안 보이잖아.
“기습 폭우에 의한 피해가······.”
주간 날씨를 알려 주는 화면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비, 비, 그리고 비.
여름철 장마는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전국이, 그리고 한 주가 비로 가득한 건 이번 여름 중 처음입니다.
“유명 스포츠 선수 A 씨의 은퇴 사실에 관한 루머들이······”
∘₊✧ 지능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60 지능(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16 > 16 > 어려운 성공
처음 듣는 내용인 것 같은데, 다음으로 다루는 뉴스 내용은 낯설기만 하네요.
(멍하니 손에 잔 쥐고는 너 따라 뉴스에 시선 둔다. 추웠던가. 아니, 그보다는······. 제 접은 무릎에 엎드려 팔 쭉 뻗고.) 그러게. 내일 개학이었지, 참.
멈추지 않을까.
슬슬 땅이 마를 때도 됐잖아······.
...벨키 군, 지금 완전 물에 젖은 생쥐 같아. (창 밖의 빗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처음 듣는, 생소한 내용의 뉴스를 보다가도 흘끔, 네 꼴을 보며 웃었다.) 어디 가던 길이었어?
생쥐라니. (피식. 손안에 든 컵 빙글 돌렸다. 침묵을 가장한 소란이 나긋하게 귓가를 맴돈다. 이럴 때도 아닌데, 잘도 여유롭네─) 응? 흐음. 글쎄, 학원에 가던 중이었던가. 날씨 때문인지 기억마저 흐린 기분이야.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정상 영업하는 학원이 있다고.) 에, 머리가 흐려? 그거 열 있는 거 아냐?! 수,수건 이라도 더 가져다 줄까? 아니, 그보다······. 정전을... 정전부터...? 아니면 옷?!!
비를 내가 아니라 선배가 맞았나. 호들갑은······. (그러면서도 웃는 것이, 유난스러운 걱정마저 너라는 이유 때문일까······. 그다지 싫지도 않은 모양이다. 제 무릎에 뺨 부비다가, 고개 돌려 너 빤히.) 갈아입을 옷 좀 주라.
이런 날에 밖에 나다니면 100% 감기 행인거 몰라?!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근처 수납장을 열고선, 품이 큰 남색 스웨터를 꺼내 던진다.) 잠깐만, 축축하지? 수건 갖다 줄테니까! (곧이어 탁탁탁, 마룻 바닥을 달리며 화장실로 간다.)
토도도.
달려가면 익숙한 화장실입니다.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 관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55 관찰력 (1D100<=5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39 > 39 > 보통 성공
가지런히 놓인 칫솔이 눈에 밟힙니다.
······원래 저런 색이었던가요?
(응······? 칫솔 본다. 무슨 색이지······.)
원래 당신이 쓰던 칫솔의 색이, 그러니까······.
음. 잘 모르겠네요.
그의 말대로, 날이 흐리니 기억마저 흐려진 걸까요······.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앗.
∘₊✧ 행운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45 행운 (1D100<=4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48 > 48 > 실패
화장실 바닥에 물이?
아이코.
순간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기 직전!
당신은 휘적휘적 균형을 잡기 위해 저도 모르게 우스운 포즈를 취하게 됩니다······.
······넘어지진 않았네요. 메데타시, 메데타시.
(벽에 손댄 채 허억 허억······.)
(뭔가, 다 낮설어 보이는 느낌이네. ...여, 역시 기분 탓이겠지?! 수건을 든 채 터벅터벅 거실로 간다.) 자, 수건······.
또한 그새 멍 때리고 있던 그가 한발 늦게 수건을 받아듭니다.
(머리 탈탈······. 아무 생각 없이 젖은 셔츠 벗어낸다. 몸에 남은 물기 대강 닦아내고는, 건네받은 스웨터에 머리 넣었다. 포근한 게 좋긴 하네. 걸친 옷감에 고개 폭, 파묻고는 숨 들이켠다. 무슨 향이 나려나.)
(몇 달간 수납장에 들어간 먼지 향······?)
(······콜록.)
(아, 그래도 깔끔해.)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음.
그가 묘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어 보입니다.
쏴아아, 비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뽀송해진 그는 간간이 멍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질적인 하루입니다.
폭우와 정전, 빗방울과 그,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름.
내일은 개학식이니 그도 일찍 집에 돌아가야겠죠.
폭우가 몰아치고 있으니, 그의 가족이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츠가와 타케요시.
······선배.
당신의 이름이 허공을 둥둥 부유합니다.
나지막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가 보입니다.
그의 손등에 새겨졌던 빛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 푸른빛이 스칩니다.
동시에, 그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마치 별자리처럼······.
지금 당신은 무얼 보고 있는 거죠?
······.
이번에는 잘될 거야.
기억, 할 수 있지?
∘₊✧ 듣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70 듣기 (1D100<=7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49 > 49 > 보통 성공
당신은 지금 이 상황, 이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비가 그쳤던가요?
창밖을 바라보면······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이해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 이성 롤 ✧₊∘ (0/1).
츠가와 타케요시
CC<=45 이성 (1D100<=4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14 > 14 >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이번에는, 그래.
학교에서 만나겠네.
······기다리고 있을게.
무어라 말하기도 전, 그는 당신의 손을 강하게 마주 잡고 눈을 감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그를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별자리가 촘촘히 수 놓인 그에게서, 우리에게서 빛이 쏟아집니다.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려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입 모양으로 어떤 말을 전합니다.
하나,
둘,
셋.
······.
깜빡.
······.
······.
“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창밖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당신,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당신뿐입니다.
∘₊✧ 이성 롤 (1/1d2) ✧₊∘
츠가와 타케요시
CC<=45 이성 (1D100<=4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4 > 4 >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아.
······?
주변을 살펴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창밖]과 [뉴스], [그가 있던 자리], [본인의 것이 맞는지 알 수 없는 휴대폰] 정도입니다.
(한 순간에 뒤바뀐 세상의 분위기에 급하게 그가 있던 자리를 살펴본다. 분명, 여기 있었는데.)
시선을 돌려보면, 어라······.
그에게서 뚝뚝 떨어지던 물마저 사라졌습니다.
손으로 만져본들, 바닥은 완전히 마른 상태입니다.
······ 설마, 꿈일 리가. (급하게 커튼을 젖히고 창 밖을 본다. 분명, 비가 잔뜩 내리고 있었지 않았나.)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쾌청히 푸른 하늘입니다.
작은 구름 몇 점이 동동 떠 있고, 햇살은 눈이 부시게 쏟아져 내립니다.
먹구름 따위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에······?! 이런 전개······?!!)
(...옆에 놓여진 휴대폰을 들고 켜본다. 날짜라도 확인하려는 듯 하다.)
달칵.
전원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빛이 들어옵니다.
보이는 날짜는,
개학식 전날.
시간마저 아까와 다르지 않습니다.
······꿈이라도 꿨던 걸까요.
(메신저와 연락처를 뒤적거린다. 벨키 군, 지금 뭐하고 있지?)
손가락이 몇 번 스크롤을 내리자, 그리 많지 않은 연락처 중 그의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통화를 걸어본다.)
따르르─
응답 없는 전화는 신호음만을 한참 출력해냅니다.
달칵.
끊어진 기계음 뒤로, 고객님께서 현재 전화를 받을 수 없어······로 시작하는 안내 멘트가 이어집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불안해...! 얜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학원? 역시 학원인가?! 바쁜 애긴... 했지.)
(뚱한 표정으로 틀어진 뉴스나 본다.)
뉴스에서는 한창 기상 캐스터가 주간 날씨를 알려 주는 중입니다.
맑음, 맑음, 그리고······
맑음.
장마철인데도 이렇게 맑은 날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분명, 전부 비였는데······.
그 외의 다른 것을 살펴보아도 평범하고 익숙한 당신의 집일뿐입니다.
창밖은 그늘마저 푸르러 바다를 베어 옮겨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매미 소리, 물감을 풀어둔 듯 푸른 하늘, 건조한 여름.
당신이 꿈이라도 꾼 걸까요?
쏟아지는 햇살에 이처럼 눈이 따가운데도?
폭우도, 그도, 그리고 반짝이던 무늬마저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게 틀림없잖아요?
그는 연락을 받지도 않으니, 내일 학교에서 얘기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 학교에서 만나자고 말했었죠.
대체 오늘 겪은 일이 무엇인지······.
······멍한 정신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
······.
개학,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생생한 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일을 빼면 이 여름은 평범한 하루와 다를 것 하나 없으니,
당신은 배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꿈이었을까요?
걸음은 느릿해집니다.
보통은 횡단보도를 건너, 가로등 두어 개를 지나면 그가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야, 그거 들었어?
오늘 정상수업이래.
당신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치는 건,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입니다.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보다 오늘 날씨 진짜 좋네.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는 조금 남았으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라도 해 볼까요?
그러게. 분명 장마 철이었는데, 이렇게 파래도 되는 건가? 덥기도 덥고······. 벌써 학교 가기 싫다. (걸쳐진 팔에 자연스레 어깨를 내려준다.)
(벨키 군······. 늘 이 쯤에서 보이지 않았나? 설마 몸이 많이 안 좋은 건 아니겠지······.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네 생각이 머리를 쿡쿡 찔러온다. 곧이어 도르르, 다시금 눈알을 굴리며 학교로 향했지만.)
그러게~ 비는 한 방울도 안 내리고, 뭔 햇빛만 이렇게 쨍쨍하대. (킥킥.) 그래도 가야지, 인마. 실컷 쉬었잖아.
으음, 그럼 가기 전에 다른 반 좀 들러도 될까나······. 항상 여기서 만나던 후배 님이 오늘은 안 보여서 말야.
엥? 누구? 뭐, 상관없을 것 같긴 한데.
너 친구 없잖아. (킥킥)
뭐?! 아니거든? 너도 자주 봤을 거 아냐. 왜, 은발 머리에 학생회장 하고 다니던!!
(가, 끔 양아치처럼 보인다는 말은 하지 말자.)
?
몰라. 우리 학생회장 흑발인데?
학생이 무슨 은발이야.
뭐?
무슨 소리야, 학생회장은 벨키 군이잖아······?
벨키로스, 헤일로.
우리 학교에 그런 애가 있다고?
······처음 듣는데.
······? ??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친구를 살펴본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얼른 학교에 가던가 해야지······.
그러든가.
아!
나 동아리 보고서 내야 함.
먼저 간다?
뭐?
그래 그래, 잘 다녀와.
걸음을 멈춘 친구는, 뒤를 돌더니 왔던 길 위를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무언가 두고 온 모양이네요.
덩그러니 남겨진 당신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 지능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60 지능(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2 > 2 > 극단적 성공
아까 그 친구도 벨키로스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모르는 눈치였죠.
의문도 잠시, 어느새 교문 앞 횡단보도입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너기 전,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하네요.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합니다.
화면을 보면 저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화를 받고선, 귀에 가져다 댄다.) 여보세요?
달칵.
휴대폰 너머로 옅은 숨소리가 들립니다.
한참을 얘기하지 않은 채, 그저 숨소리만이.
잘못 건 전화일까요?
······선배.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전화를 건 이는 벨키로스입니다.
불안하고, 여유가 사라진 그 목소리는 볼품없게 느껴져요.
동시에 그가 낯설기도 합니다.
······벨키 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모르겠는데.
······.
내 이름 기억나?
∘₊✧ 정신력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45 정신력 (1D100<=4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78 > 78 > 실패
일 초, 이 초, 삼 초······.
어라.
분명 방금까지도 자연스레 부르던 이름 아닌가요?
몇 초간 헤매던 당신은 간신히 그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분명, 자주 부르던 이름인데도······.
문득, 아까 그를 모른 체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이렇게 갑자기 잊을 수가 있나······? 갑자기 생각이 흐릿해진 기분이야.) ...물론이지. ...벨키로스, 헤일로잖아······? 네 이름.
······그래, 그렇지.
기억하고 있으면 됐어.
지금 뭐하고 있어······?
학교에 있는 거, 맞지?
아, 어엉.
먼저 왔어.
도서관에 좀, 들러야 해서······.
잠깐의 통화 중, 보행자용 신호등 불이 초록색을 가리킵니다.
횡단보도, 그 하얀 선을 따라 걸을 때 즈음 그가 중얼거립니다.
어쩌면 매미 우는 소리 하나에 간단히 묻혀 버릴 것만 같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 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야.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요?
그러나 그는 장난을 치는 기색이 아닙니다.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리곤 전화를 뚝, 바로 끊어 버리네요.
분명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텐데.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정신이 멍해집니다.
그러나 의문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끼익──────
큰 소리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 관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55 관찰력 (1D100<=5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14 > 14 > 어려운 성공
운전자와 학생은 무어라 얘기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차로 시선을 옮기면······.
바퀴가 없습니다.
잘못 본 걸까요?
눈을 두어 번 깜빡이자 그제야 바퀴가 보입니다.
소란도 잠시, 지각을 피하고자 모두 다시 학교로 걸음을 옮깁니다.
물론 당신도 그래야겠죠.
오늘 하루의 시작이 묘하고, 또 불안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오늘따라 파아란 창밖이 무섭게도 아름답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가는 거야······? 얼굴이 사라지다니······?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며 교문을 넘어선다.)
(지금 도서관에 있다고 했지.)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을 샅샅이 둘러보아도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없어? 다시금 책장 근처를 둘러보며 그를 찾는다.)
없습니다.
(반으로 갔나······.)
(그의 반으로 찾아간다.)
정신을 고쳐잡고 그를 찾으면, 다른 반 교실 속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만이 없는 게 아닙니다.
그가 항상 앉아 있던 맨 뒷자리 창문 옆 책상과 의자까지도.
마치 그림을 잘라 떼어 놓기라도 한 듯 보이지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지나가는 [후배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눈치이며, 교탁에 붙은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후배 중 하나를 붙잡고 이야기 해본다.) 저기, 저쪽 창문 옆에 자리가 하나 있지 않았어······?
후배들은 제각기 방학 때 있던 일이나, 다른 학교보다 이른 개학에 대한 불만을 토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잡힌 후배 중 하나는 다소 놀란 눈치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기울여 보입니다.
"······원래 비어 있던 자리예요."
정말, 진지하게 당황한 표정이네요.
왜 그런 당연한 걸 묻지? 싶은 듯한.
다른 사람에게 직접 그의 이름을 꺼내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벽을 두고 얘기하는 기분이라, 당신은 영 답답하기만 합니다.
······다들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역시 이상해······. 아니, 무섭다고 해야 맞는 걸까. 몰래 앞 문으로 들어가 교탁에 있는 자리표를 살펴봤다.)
교탁 위 붙여진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자리 위로 이름과 학번이 적혀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활자를 짚어 살피면······.
없습니다.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학생처럼.
그의 자리도, 이름도, 학번도.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자리표와 친구들의 얘기를 확인한 당신.
∘₊✧ 이성 롤 (0/1) ✧₊∘
츠가와 타케요시
CC<=45 이성 (1D100<=4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7 > 7 >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매미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어댑니다.
하나, 둘, 셋.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그는 어디로 간 건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아무 소득을 얻지 못한 당신은 이내 반으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아 앉습니다.
창밖의 [푸른 하늘]은 작위적으로 맑고,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창 밖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하늘은 지독하게도 푸릅니다.
∘₊✧ 관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55 관찰력 (1D100<=5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90 > 90 > 실패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일까요.
구름은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애초, 움직이는 법 따위 배우지 않은 것처럼······.
(거짓말처럼 맑은 걸까. 정말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걸까. 생각을 뒤로 한 채 매미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매미의 돌림노래는 끝날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 듣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70 듣기 (1D100<=7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21 > 21 > 어려운 성공
마치 녹음본을 틀어둔 듯, 그 소리는 기이하게도 완벽히 반복됩니다.
잠시 멈추는 건 7초에 한 번, 소리가 커지는 것은 일정하게.
······.
띠리링 힘차게 울리는 수업 종.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탐사자.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요?
모두가 그것이 거짓이라고 속삭여도?
선생님께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부재는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갑니다.
“예문에도 나와 있듯이 관계 부사를 써야 하므로······”
“······에서, 그러므로 빈칸에 들어갈 말은.”
Where.
몇 아이들이 답합니다.
동시에 선생님께선 당신을 탐탁지 않게 쳐다보네요.
"츠가와, 오늘 영 집중을 못하는 것 같네."
"아까 말한 빈칸의 답, 한번 불러 보렴."
모두의 시선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흔들림 없는 올곧은 시선을 보자, 절로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 관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55 관찰력 (1D100<=5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52 > 52 > 보통 성공
그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회색빛 머리칼, 그와 비슷한 머리, 어딘가 서늘한 분위기까지.
"츠가와?"
선생님께선 벙긋하는 입으로 무어라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어째서일까······.
그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또 가득 채웁니다.
(손 번쩍 든다.) 저,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
내키지 않는 눈치이지만, 얼른 다녀오라며 손을 휘젓습니다.
힐끗거리는 시선들을 지나쳐 복도로 향하면, 흔들리는 머리칼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위로, 그리고 다시 위로.
어느 교실에 선 시를 읊는 소리가, 어느 교실에선 공식을 정의하는 소리가.
계단을 오르는 이는 당신과 그뿐입니다.
그는 뒤 한 번 돌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네요.
숨이 부족해집니다.
한참을 걷던 다리가 저릿해질 때 즈음, 당신은 활짝 열린 옥상 문을 보게 됩니다.
······그가 이곳에 있을까요?
끼익────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딛자, 철조망 밖 너른 하늘을 보는 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에서.
바람의 방향은 초 단위로 달라지고, 하늘 위 구름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펄럭이는 교복, 흔들리는 회색빛의 머리카락.
허억, 허억······. (익숙한 뒷모습만 쫒아 도달한 옥상에서... 드디어 너를 만났다.) 벨, 벨키, 허억······, 군······!
당신이 부르자,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아봅니다.
아, 그 얼굴은 분명······.
아, 선배.
회색빛의 머리카락, 당신보다 조금 더 큰 키, 미성에 가까운 목소리, 걷어올린 셔츠 소매와 허술하게 매인 넥타이······.
당신이 알던 그입니다. 하지만.
얼굴을 지우개로 문댄 듯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그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 이성 롤 (0/1) ✧₊∘
츠가와 타케요시
CC<=45 이성 (1D100<=4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46 > 46 > 실패
이성 1 감소.
SYSTEM
[ 츠가와 타케요시 ] 이성 : 45 → 44
당신에게, 그리고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블러 처리가 된 듯한 그 얼굴에 몸이 반사적으로 얼어붙습니다.
······하하.
선배도 알고 있겠지.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당신은 조금 다를까······.
어때, 내 얼굴이 보여?
무언가 체념해 버린 듯한 웃음.
아니, 저걸······ 웃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흐릿한 얼굴은 여전히 뿌옇기만 합니다.
눈은 어떤 색이었고, 어떤 모양이었고, 또 어디에 자리 잡고 있었던지······.
당신마저 그 얼굴을 떠올리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닫겠죠.
당신이 가진, 그에 관한 기억들마저 하나둘씩 지워지는 중이란 것을요.
역시 그런가─······
손을 뻗으려던 그는, 쓰게 웃으며 도로 손을 거둡니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어쩐지 마주본다는 확신이 듭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요동칩니다.
얼마나 그리 침묵했던가요.
느리게 다가온 그가 당신을 조심스레 끌어안습니다.
쿵, 쿵.
쿵······.
엇박자로 뛰는 심장 박동 소리.
오고 가는 대화가 없음에도 그의 불안과 체념, 그리고······.
짙게 묻어나는 당신을 향한 걱정이 노골적으로 전해집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당신을 놔줍니다.
포기한 걸까······.
궁금한 게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것 같으니까.
그러고는 자연스레 난간에 기대앉습니다.
이상해······. 구름은 멈춰있고, 매미 소리도 반복되고······. 분명, 분명 어제부터 비가 잔뜩 내릴 예정이었는데, 거짓말 처럼 화창하고!
그리고······.
아무도 널 기억하지 않아······.
내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단 건 무슨 소리야······?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이해해 줄까······.
우린 원래 세계에서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어.
도망치던 중,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으나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되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없이 많은 차원을 넘어 다녔지.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기도 했는데.
······지금의 너처럼.
······우리가?
그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나름대로 풀어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말이에요.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동시에, 기이하게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마치 당신이 겪은 일처럼.
우주를 건너, 먼 은하를 건너, 다른 세계로 함께······.
정보
· 기록적인 폭우였습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우수수 떨어졌던 여름. 참으로 많은 이들이 그날 실종되었습니다. 우리를 포함해서요. 폭우는 〓■▧□신도들의 주문으로 인해 생겨난 기상 현상이었으며, 실종된 사람 중 대부분은 제물이 되어 죽은 상태였습니다. 다행, 혹은 불 행시도. 그와 당신은 도망치던 중 〓■▧□신도들이 이동을 위해 만든 차원의 관문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우린 도망치기 위해, 관문 너머 평행세계에 떨어지고 맙니다.
세계를 건너, 우주를 건너, 어느 먼 은하를 건너.
우린 우주 미아가 되었으나, 원래 세계를 찾아 몇 번이고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었습니다. 그 과정 중 부작용에의 해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기도 했죠. 네, 지금 당신처럼. 비가 흠뻑 쏟아지던 어느 여름 역시 우리가 살던 곳이 아닌 NN 번째의 또 다른 세계였으며, 그때 그가 했던 행동은 차원의 관문을 넘기 위한 주문이었습니다.
세계를 건너, 우주를 건너, 어느 먼 은하를 건너.
우린 우주 미아가 되었으나, 원래 세계를 찾아 몇 번이고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었습니다. 그 과정 중 부작용에의 해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기도 했죠. 네, 지금 당신처럼. 비가 흠뻑 쏟아지던 어느 여름 역시 우리가 살던 곳이 아닌 NN 번째의 또 다른 세계였으며, 그때 그가 했던 행동은 차원의 관문을 넘기 위한 주문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떠올린 당신.
∘₊✧ 이성 롤 (0/1D2) ✧₊∘
츠가와 타케요시
CC<=44 이성 (1D100<=44)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99 > 99 > 대실패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1D2 (1D2) > 1
이성 1 감소.
SYSTEM
[ 츠가와 타케요시 ] 이성 : 44 → 43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모두 우리의 진짜 여름이 아닙니다.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름인데도 선선했던 어느 세계, 잘못된 위치에 떨어져 바다에 빠졌던 우리, 겨울 별자리가 보이던 또 다른 세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세계에서의 그는······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그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치,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여긴 다른 곳들과 다르더라고.
다들 날 기억도 못하고······.
뭐, 이유는 모르겠지만?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기도.
······너 역시 날 잊을지 모르겠어.
흐르지 않는 몽글한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우리가 선 곳의 짙은 파랑이 가려집니다.
그는 철조망에 기대앉은 채 당신에게 작은 수첩과 연필을 건넵니다.
당신을 위해 옆자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그 손은, 미약하게 떨리는 그 손은.
그의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고 있습니다.
이건 잊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적어두면 좀 낫겠지.
나이, 성별, 외관, 취미······.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까지.
전부 기록해 놔.
······ 날, 사랑해? (건네 받은 수첩과 연필도. 미약하게 떨리는 네 손도. 한 마디 말에 모두 새하얗게 번져버릴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까지 왔겠냐······. (이렇게 얘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떨리는 손 애써 꾹, 눌러 진정시킨다. 고백도 엉망인 참에, 네 앞에서 이런 꼴사나운 모습까지 보일 수는 없잖아. 흐린 말끝에 옅은 웃음 배어든다. 너만은, 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욕심 하나 부리고 싶은 마음 웃음 뒤로 감춘 채.)
나, 나 지금······. 네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갑작스러워서. 너무 갑작스러워서. 크게 뛰는 심장 박동 마저 숨기지 못할 것만 같다. 묘하게 벅차오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의 이름을, 자신은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파르르, 떨리는 동공이 널 바라본다. 흐릿한 얼굴 속, 네 눈과 맞길 바라며.)
거기에 혼란스러워할 때가 아닐 텐데. (고개 까딱. 네 손에 들린 수첩 향해 턱짓이나 한 번 해 보인다. 지금, 말하면 안 됐나. 역시. ······그래도, 잘못하다가는 영영 말하지도 못하게 생겼는데? 정신 차리라는 양 느릿느릿 손 뻗어 네 손등 톡, 톡 두드렸다. 흐리게 번진 너머, 분명 시선 마주친 듯한 기분 든다. 어쩐지 웃고 있었던가······.)
······응. 네 말대로 전부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올라오는 감정을 꾸욱 삼킨 채, 수첩과 펜을 들고선다.) 그러니까, 이름······. 하고, 나이······. 혈, 혈액형······?
너, 혈액형이 뭐야······?
이름, 벨키로스 헤일로. 나이······ 열일곱.
혈액형?
RH-B형.
선배는. (갸웃.)
...나는 O형인데.
그러니까, RH-O······?
(RH+ O형일 것 같은데)
어울리네.
그래?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아짐.)
이제 다음은, 외관인가······.
(회색 찍찍, 은발 머리 동그라미. 귀에 달린 피어싱······. 손이 예쁨. 그리고······. ······.) 너, 어떻게 생겼더라······.
보통은 사납게 생겼다고들 하지.
아, 잘생기긴 했지만? (키득.)
굳이 따지자면 고양이상인가.
눈 색도 기억 안 나?
예쁘다고 좋아했잖아.
그게, 기억이 흐릿해······. 분명 네 얼굴을 보면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어쩌면 이미 잊어버린 걸지도?!
그런 거 그렇게 발랄하게 얘기하지 말라고. 상처받아 버린다. (따콩.)
보라색. (문득 제 명찰 내려보다가, 셔츠에 걸린 옷핀 풀어 펼쳐진 수첩 위에 톡. 올려 준다.)
대충 그런 느낌.
······. (끄응) ...지금부터라도 잔뜩 널 공부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보라색 명찰을 물끄러미 보다 꾹 쥐어본다. ...예뻤겠네. ...왜 잊었을까, 나는. 다른 쪽으로 삐죽이는 생각을 누르려 고개를 젓고선, 다음 적을 것을 생각한다. 그 다음은······.) ...취미? 그러고 보니까 너, 피아노 잘 쳤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네게서 잊혀진단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상처라고 하면, 너는 무슨 얼굴을 할까······. 어쩐지 혀끝에서 감도는 쓴맛에 입술 한 번 꾸욱, 짓씹고는. 어차피 보이지도 않을 표정이나 갈무리했다. 끔뻑.) 잘 쳤지, 아무렴. 전공인데.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뭐, 그 정도면 취미라고 쳐 줄 만도 했나.
(듣고 있으면 왠지 편안해졌지. 네 음악. 네 말을 들으며 빈 공책 페이지 위를 반듯한 글씨로 채워나간다.) 으음, 특별히 좋거나 싫은 음식은······?
딱히 가리는 편은 아닌데, 흐음. 좋아하는 건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싫어하는 건, 글쎄······. 정도 이상으로 자극적인 건 별로더라.
비, 비스······. 뭐? 비슷해? 알라?
얼씨구.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
티본스테이크. (으쓱.)
(······. 티본스테이크. 라고 적는다.)
또······. 그리고······.
(반이랑, 번호도 적어둬야지······.)
벨키 군, 키는?
182cm.
더 크지 않을까? (머리 위로 손짓)
에엑, 그 이상으로 크면 징그럽대.
엥.
이 얼굴에 그런 소리 들을 리가 없는데.
······. (얼굴 봄.)
(으쓱······)
너, 잘생겼다는 소리 거짓말이지? (삐죽.)
나중에 확인해본다?
헤엥.
그러시길.
생각해 보면, 우리······. 꽤 서로의 반에 자주 들락거렸었네······. (끄적끄적.)
아무렴······. 내가 학교를 왜 꼬박꼬박 나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빤히······.)
······. 모범생이니까? (빤히······.)
선배 보려고. (;)
······.
다, 다음······!
(킥킥······.)
또 뭐.
음.
종교······?
······.
그딴 거 안 믿는데.
집안은 천주교.
그래서, 여기······. (제 옷깃 안쪽 손 넣어 뒤적이더니, 십자가 대롱대롱 매달린 은빛 목걸이 꺼내 보인다.)
이런 것도 있어.
헤에······.
이건, 몰랐던 사실인데······. (끄적······. 페이지 가득 네 정보를 채웠다.)
취미, 좋아하는 것, 당신과의 관계나 일화,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요.
어느덧 노트 가득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더는 펜 내릴 곳이 없다, 싶을 때 즈음.
그의 목소리마저 뭉툭해져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그는 당신의 어깨 위로 툭, 고개를 기대옵니다.
어쩐지, 조금 가벼워서······.
그 무게마저도 이젠 낯설게 느껴집니다.
흐릿해지는 기억을 애써 붙잡아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게 해야지.
아무것도 못해 봤는데, 이렇게 잊혀지기엔 억울하잖아······.
······.
그러니까.
······나 잊으면 안 돼.
······.
내 이름 불러 줘.
······벨키로스. 벨키로스 헤일로.
절대 안 잊을 거야······. 잊더라도 다시 기억해 낼 테니까······.
꼭 다시 만나러 갈게.
한 번만 더.
한 번만.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세 번이 되고.
몇 번이고 제 이름을, 당신의 부름을 갈구하는 그 목소리가, 어쩐지 떨리고 있었던가요.
그는 한참 동안 당신에게서 본인의 흔적을 찾아 헤맵니다.
······기억해. 약속이야.
그 이름 역시 떠올리기 힘들어질 때면, □□□□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흰 물감을 군데군데 풀어둔 하늘 아래, 한 사람의 그림자가 서서히 지워집니다.
기대어 느껴지던 무게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 □□□□, □□□□······.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지금처럼.
하나,
둘,
셋.
······.
여름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습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 이성 롤 (0/1) ✧₊∘
츠가와 타케요시
CC<=43 이성 (1D100<=43)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91 > 91 > 실패
이성 1 감소.
SYSTEM
[ 츠가와 타케요시 ] 이성 : 43 → 42
손에는 힘껏 구겨진 수첩,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역력한 글이 남아있네요.
가장 크게 □□□□에 대한 정보라고 적혀 있으며, 그 아래로는 누군가의 사소한 정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 □□□□, □□□□······.
절대 잊어선 안 될 이름인데도 왜 이렇게 기억이 흐릿한지.
이젠 여름이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를 되찾고, 이 세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오로지 당신의 힘으로만, 홀로.
한참을 되뇐다고 하여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철조망에 오래 기댄 탓에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네요.
툭, 당신이 움직이자 가벼운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쪽지를 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입니다.
정보
840.01 이 12꽃 / 도서실
혹시 몰라 남겨두었어.
혹시 몰라 남겨두었어.
∘₊✧ 지능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60 지능(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99 > 99 > 실패
휘갈겨 쓴 탓에 더 알아보기 힘듭니다.
숫자는 뭐고, 또 그 사이의 글은 뭔지······.
띠리링―
······그 사이에 수업 하나를 완전히 빠진 것 같습니다.
잠시 등골이 오싹해지네요.
아니, 뭐. 생각해 보면 이곳은 진짜 세계가 아니므로 상관없는 일이죠.
어쨌든 쉬는 시간입니다.
이름도, 성격도, 함께한 추억도, 그 모든 게 조각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부탁만이 남은.
∘₊✧ 정신력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45 정신력 (1D100<=4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32 > 32 > 보통 성공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
□□□□를 오롯이 기억하는 건 당신뿐입니다.
······.
도서실로 향해야 하지 않을까요?
(천천히, 아니 빠르게. 도서실로 달렸다.)
답답한 마음에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은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속은 이 계절을 완전히 받아내지 못합니다.
그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웃었던가요?
이 평화로운 세계를 떠날 정도로, 그는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구겨진 수첩에는 옅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예술], [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사서 선생님께선 보이지 않네요.
(종교 쪽 도서를 확인한다.)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 자료조사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20 자료조사 (1D100<=2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30 > 30 > 실패
읽어봐도 영 모를 소리 뿐입니다.
아, 잠시만······.
□□□□에 관한 기억이 하나 더 사라진 듯한 직감이 듭니다.
······수첩을 한 번 더 봐야겠어요.
(수첩을 본다... 손으로 덧그린다...)
(예술 도서를 확인한다.)
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 자료조사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20 자료조사 (1D100<=2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73 > 73 > 실패
으으음. 역시 모를 소리밖에 없네요.
이해하지도 못할 것들을 머리에 채워 넣느라 그런 걸까요, 기억은 점점 더 흐려지기만 합니다.
(안 돼······. 안되는데······. 서둘러 언어 책장으로 향한다.)
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 자료조사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20 자료조사 (1D100<=2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84 > 84 > 실패
-
이게 학교 도서관이 맞나요? 당신으로서는 모를 얘기만 한가득입니다.
수첩 정독을 해야겠어요······.
(수첩을 확인한다. 혹시 적어둔 게 점점 사라지고 있지는 않겠지...)
수첩은 멀쩡합니다.
사라지는 건 당신의 기억이죠.
책장을 살펴보다 보니, 저 안쪽에 있는 800번대 [문학] 책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쪽지에 적힌 창구번호,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 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의 여름을 닮았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NN번째 여름······.
책에는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쪽지를 꺼내 펼쳐본다.)
정보
글로 보는 건 처음이네, 그렇지? 크게 얘기할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뭐, 가끔은 이런 것도 좋을 테니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써 보겠어. 가볍게 읽어 줘.
나는, 음. 당연하지만 선배가 날 기억해 주길 바라. 어쩔 수 없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히고 싶은 미친놈이 어디 있겠어. 근데, 있잖아······. 선배도 봤지? 여긴 아주 평화로워. 우리가 원래 살던 곳과 아주 유사하고, 또······ 어쩌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가롭지.
마치 우리의 자리만을 남겨 놓은 세계인 것처럼. 우리, 아니. 선배가 들어가야 완성되는 세계인 것 마냥······.
······선배도 알잖아? 우리는 너무 많은 여름을 건너왔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기는 할까, 이젠 그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지. ······. 나도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원래 세계를 찾는다는 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해?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선배가, 나를 잊고, 이 세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 최선은 아닐까. 그게, 선배의 행복을 위한 일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 말이야.
나는, 음. 당연하지만 선배가 날 기억해 주길 바라. 어쩔 수 없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히고 싶은 미친놈이 어디 있겠어. 근데, 있잖아······. 선배도 봤지? 여긴 아주 평화로워. 우리가 원래 살던 곳과 아주 유사하고, 또······ 어쩌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가롭지.
마치 우리의 자리만을 남겨 놓은 세계인 것처럼. 우리, 아니. 선배가 들어가야 완성되는 세계인 것 마냥······.
······선배도 알잖아? 우리는 너무 많은 여름을 건너왔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기는 할까, 이젠 그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지. ······. 나도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원래 세계를 찾는다는 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해?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선배가, 나를 잊고, 이 세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 최선은 아닐까. 그게, 선배의 행복을 위한 일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 말이야.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 □□□□, □□□,
□······.
그래요, 벨키로스.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거짓된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한 단어.
그러나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굳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하나요?
우린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있잖아요, 탐사자.
그의 편지는 정말 틀린 얘기라곤 전혀 없지 않나요?
당신에게 그는, 영원 동안 함께 길을 헤맬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던가요?
(그야 당연히, 가치 있는 사람이잖아······. 헤맨다는 건, 결국 가고자 하는 곳이 있으니 하는 말인 거 아냐?)
하하하.
그런가요?
그렇다면 그 이름을 불러요.
거짓된 여름을 부숴 버려요.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그를 오롯이 기억하는 당신의 입으로······.
······.
...벨.
벨키로스 헤일로.
깜빡.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세계의 소리가 멈춥니다.
맴맴 울던 매미의 소리, 복도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소리까지.
시간이 멈춘 듯 이곳은 고요해집니다.
기이한 침묵.
충분히 겁먹을 만한 상황인데도, 되레 익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 관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55 관찰력 (1D100<=55)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15 > 15 > 어려운 성공
깜빡이던 형광등이 꺼지고 맙니다.
정전일까요?
아니······.
창밖을 봐요, 츠가와!
창밖으론 하늘, 땅을 구분할 수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촘촘히 박힌 별들.
건물도, 도로도.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짙고, 또 짙은 밤하늘이 전부예요.
당신은 이윽고 깨닫습니다.
이 거짓된 세계가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요.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당신만이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선배.
운동장이었던 그 너른 공간 한가운데, 우주 위로 그가 떠 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 중력을 무시한 채 흩날리는 그의 머리카락.
마치 그림의 한 폭 같습니다.
물론 감상이 이어지기도 전,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 듣기 롤 ✧₊∘
츠가와 타케요시
CC<=70 듣기 (1D100<=70) 보너스, 페널티 주사위[0] > 45 > 45 > 보통 성공
───나와!
무너지고 있다고, 거기!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어라?
당황하던 것도 찰나.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어요.
도서실 전체가, 학교 전체가······
아뇨, 당연하죠!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잔해 속에 깔리는 건 아닌지······.
다행히도 창문이 보이네요.
아니, 이게 다행인가요?
지금이 당신이 있는 층은 1, 2, 3······
떠올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어요.
뛰어내려, 받아 줄 테니까!
부서지는 학교, 창문 아래의 그가 소리칩니다.
말은 쉽지!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요.
시간이 없습니다.
창틀을 딛고, 부서지는 세계 속 올곧게 당신을 바라보는 단 한 사람에게 뛰어내려요.
응원하듯 당신의 등 뒤에서부터 거센 바람이 불어옵니다.
(무, 무서워······ 무섭지만, 눈 앞에 네가 선명하다. 곧장 창틀을 딛고 서서, 네게로 뛰어든다.)
창턱을 밟고 아래로, 다시 아래로.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어질 추락에 눈을 질끈 감아도,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홀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와락.
그런 당신을 그가 그러안아 잡습니다.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어요.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꼭 물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하하!
내 이름, 기억하고 있지?
응, 응!!! (품에 들어온 널 익숙하게 잡아 끌어 안는다.) 벨키로스, 헤일로.
당신이 답을 하자, 그의 얼굴이 되돌아옵니다.
시원하게 웃는 그의 얼굴이 선연합니다.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당연하지······. (너 따라 밝게 웃는다.)
네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널 사랑하는 것도. 다······!
당신이 답을 하자, 반짝.
둘의 팔에 새겨진 주문진에 빛이 들어옵니다.
──······.
하하, 감동받고 있기엔 타이밍이 안 좋네.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도, 기억하고 있어?
음악실에서 만났잖아.
당신이 답을 하자,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이번 물음은 웃음기가 가득합니다.
마지막 질문이야.
돌아갈 거지?
응. 돌아가자. 우리가 있던 곳으로.
답을 들은 그가 당신의 두 손을 잡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별자리와 같은 무늬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둘의 팔을 타고 이어져 반짝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푸른빛이 스칩니다.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립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이었잖아요?
왜 날 선택했어?
이 세계도 나쁘진 않잖아.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에 비하면······.
좋다고 해야 할 텐데.
...네가 없는 세상은 싫은 걸.
외롭기 보단, 너랑 같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몇 년이고, 몇 십년이고 쭉. 같이 있고 싶었어.
그러니까, 이 세계는 탈락. 이려나······?
하하하······.
선배가 선택한 건, 고작 내가 아니야.
나와 함께 걸어갈 영원이지.
부서져 가는 눈앞, 거짓된 세계, 꾸며진 여름.
우린 그것들을 두고 차원의 관문을 넘을 거예요.
어쩌면 다시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마주 본 서로는 환히 웃습니다.
맞잡은 손이 가볍게 진동하며 떨립니다.
이번에는 어쩐지 감이 좋아요.
수없이 반복한, 수없이 넘은 이 여름을.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날 기억해 줘.
이젠 모두 훌훌 털어 버릴 차례입니다.
당연하잖아······. 영원히, 널 기억할 거야. 나는.
당신이 마지막으로 답하자, 강한 빛이 주문진에서 쏟아집니다.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우주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보며.
지금처럼.
하나,
둘,
셋.
깜빡.
∘₊✧──────────────────────✧₊∘
| ED 1. 집으로, 함께.
| 벨키로스 헤일로, 츠가와 타케요시. 귀환.
보상: 진행 중 감소한 이성 전체.
SYSTEM
[ 츠가와 타케요시 ] 이성 : 42 → 45
그리고, 우리가 있어야 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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