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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냐루가 당신을 보고 말합니다.

냐루

음, 안녕⋯ 누구더라?

 

냐루는 당신을 잊었습니다.
그가 다시 당신을 사랑하도록 만들 수 있나요?
아니면, 그를 완전히 포기할까요?
2026-08-13
KP Q
PL H
Call of Cthulhu 7th fanmade scenario
사랑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

 

――――――――――――――――

 

눈을 뜨면 하얀 방입니다.
당신은 흰 의자에 앉아 있고,
눈 앞에는 흰 탁상,
그 반대편에도 흰 의자가 있습니다.
의자 위에는 냐루가 눈을 감고 앉아 있습니다.
당신이 상황을 채 파악하기 전,
탁상 위로 종이 한 장이 떨어집니다.
[ 냐루는 당신을 잊었습니다. ]
[ 그가 다시 당신을 사랑하도록 만들 수 있나요? ]
[ 아니면, 그를 완전히 포기할까요? ]
[ 이 공간에서는 장소, 물건, 음식, 옷⋯ 모든 것을 당신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
[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입니다. ]
⋯⋯.
종이의 내용을 읽고 나면 냐루가 눈을 뜹니다.
그는 당신을 보고는 말합니다.

냐루

⋯ 음. 안녕?
그러니까⋯⋯ 누구더라.

Noel

…….
무슨 답을 원해?

냐루

응?
⋯ 무슨 답을 원하냐고?

Noel

응…. 뭐든 대답이 될 수 있잖아.
내 이름, 너와의 관계, 하는 일이라든가, 정말 뭐든.
그중 뭐가 궁금해?

냐루

아하⋯⋯.
순서대로 전부 말해보렴.

Noel

지금 쓰는 이름은 노엘.
당신이랑은, 글쎄….
네가 모른다면야. 나도 모르겠네, 그건.
하는 일? 으으음.
굳이 따지자면 숭배, 려나….
아양일 수도 있고.

냐루

그래, 노엘. 어쩌다 이런 곳에 빠져있니.
내게 부탁이라도 있어서 불러낸 것일텐데⋯ 지금 보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응?

Noel

그러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라서.
하나 정정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널 부른 적이 없어.

냐루

네가 부른 적이 없어?
흐으음.
희한하네⋯ 그럼 내가 이 곳에 너와 있을 이유가 없는데.

Noel

….
나도 몰랐는데, 말이야.
방금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
내가 먼저 널 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아무렴. 부른다고 재깍재깍 와 주실 위인도 아니잖아….
그래서?
있을 이유가 없으니 가려고?

냐루

모처럼인데 대화나 좀 할까.
내가 무언가를 잘 잊는 타입은 아니거든⋯.
꽤 흥미로운 존재라면 더더욱.

Noel

아,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면 기꺼이.
네가 이미 잊은 존재에게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원하는 대로 해.

냐루

가치는 네가 아니라 내가 판단하는 것이고.
자, 그래⋯ 너는 이 공간에서 상당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구나.
분위기가 칙칙해서 마음에 안 들어. 네 취향대로 조금 바꿔봐.

Noel

응? 으으음.
글쎄. 뭐 하나 내 마음대로 되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그리 말한들 실감이 안 나는데.
애초에 말이지….
내 취향은 너라서.

냐루

(눈썹 까딱⋯.)
그 말인 즉, 내 마음대로 하라?

Noel

하하, 응.
그게 곧 내가 원하는 바일 테니까….

냐루

글쎄.
나는 욕망이나 소원을 가지는 존재는 아닌데.
그것을 들어주고 대가를 취하는 쪽이지.
조그마한 변덕이 있다면, 커다란 각설탕 정도야 그냥 쥐여줄 수도 있는 것이고⋯⋯.

Noel

흥미를 가질 수 있다면야, 호오 정도는 존재한다는 뜻 아니겠어.
아무리 그렇게 말해 봤자….
….
모르겠네.
내가 아는 거라곤, 너 또한 무언가를 좋아하기도 했었단 사실 정도야.

냐루

상당히 중요한 걸 잊은 기분이 들어⋯.
⋯⋯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말이지.
흐음.

Noel

으으음, 뭐.
이런 게 네 기분에 도움이 좀 되려나.
(타인을 위해 신의 힘을 휘둘러 본 적은 있어도,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굴리기 위해 행한 적은 없는지라. 영 어색하게 고개나 한 번 까닥. 처음 만났던 호텔과 비슷하게 바꿔 보고 싶은데….)

 

당신이 무언가를 조정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즉시 이루어집니다.
곧 이 장소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호텔 안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함께 대화를 나누었던 방, 익숙한 작탁, 검고 검은 바깥까지 아주 똑같은 풍경이네요⋯.

냐루

그래. 새하얗기만 한 것보단 낫네.
⋯⋯ 가만, 이 곳을 네가 어떻게 알지?

Noel

네가 직접 초대했던 곳이니까.
당신이 무언가를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

냐루

아하⋯.

Noel

정말 잊었다면 대체 어디까지 사라진 건지도 모르겠네.

냐루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일단 내가 무언가를 잊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그래.
너, 나를 믿지 못하는구나.

Noel

응, 뭐. 그렇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널 믿은 적 없고, 믿을 수 없었어.
…이제 조금 믿어 보려 했는데.
그것도 무리인 것 같고? 하하.

냐루

이해되는 게 얼마 없다는 감각은 썩 유쾌하지 않아⋯⋯.
그 수많은 기억 속 단 하나의 공백이 너라면, 너는 분명 내게 무언가였을텐데.

Noel

정말 그럴까.
잘 생각해 봐.
네가, 네게 중요한 무언가를, 약점이 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들 만한 존재인지.
설령 그럴 수 있다 한들… 쉽사리 잊어버릴 정도라면 그 수준이었을 뿐이겠지.
그걸 정말 '무언가'라고 할 수 있어?

냐루

나는 네게 신의 사고방식을 알려줄 정도로 친절하지 않아.
확실한 건, 그래. 나조차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음에도⋯ 네 질문에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는 것 정도겠지⋯.
흐음. 정말로 이상한 일이야.
약점?
네가 내게 약점이었나?

Noel

하나 더 이해되지 않는 과거를 말해 줄까…. 네가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내게 신의 사고방식을 설명해 줄 정도로 친절했어.
…글쎄. 약점이었을까.
나는, 이해하고 있음에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는데….

냐루

꽤 슬퍼보이는 표정이야. 노엘.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네 이름을 말하는 건 여전히 낯설기만 하네.

Noel

…하하.
하.
딱히.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슬퍼 보여? 글쎄.
너라면 그조차 좋아해 줄 거라 생각하는데, 착각이었나.

냐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인간이네. 너는.
나를 마치 파악이라도 한 듯 이야기하고⋯⋯.
기특해서 소원 한두 개 쯤은 그냥 이루어주고 싶을 정도야.

Noel

그런 거 바랄 리가.
…더 하고 싶은 얘기라도 있어?
지금의 너는, 그다지….
날 곁에 두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아닌 듯한데.

냐루

뭐⋯
조금은 모른 척 하려 했는데, 안 되겠네.
내가 다시 너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었니.
재미있는 일이 좀 벌어지려나 싶었는데⋯⋯. 눈 앞의 작은 아이는 내게 관심조차 두지 않고 말이야.
과거의 내가, 이런 너를 어쩌다 사랑하게 되었는지⋯ 믿기 힘들 정도로,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했어.

Noel

몇 번이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벌써 까먹으셨나.
버리든가, 죽이든가.
알아서 하라고.
멋대로 길들여 놓고… 손을 타니 이젠 질린다고.

냐루

포기하려고?
나를?

Noel

착각하지 마….
나는 단 한 번도 널 가져 본 적 없어.
그런 내게 포기한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잖아….

냐루

하하.
가엾은 혼.
상처입는 것만이 익숙해서 체념 외엔 가지지 못하게 되었구나.
좋아, 원한다면 죽여줄게.

Noel

내가 어쩔 수 있는데.
멋대로 날 손아귀에 넣고 굴리겠다 선언한 것도 너고, 그 꼴을 유지하게 한 것도 너고, 믿으라 한 것도 너고, 괜한 희망 갖게 한 것도, 구태여 체념한 사람 억지로 끌고 나온 것도, 내가, 너 아니면 안 되게 만든 것도, 전부.
…전부 너인데.
그런 네가 날 잊으면,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냐루

⋯⋯.
넌 별로 내가 간절하지 않나?
그것도 아닌데.
괜한 희망을 품었으면 발버둥이라도 쳐보든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면서 체념과 포기는 그리도 빠르고.
내가 네게 그 정도로 말했다면 분명 다정한 연인이라도 되어있었을 터인데.
그 정도 확신을 못 주는 인물이라니, 과거의 나도 참⋯.
신이라기엔 우스운 꼴이었겠어.

Noel

…?
….
뭐, 무슨 상관이야.
내가 사랑한 건 그런 신인데.
발버둥… 글쎄.
그것도 쳐 본 적이 있어야지.
네가 전부 쥐여 주니까, 내가 간절해질 틈이 없었나 봐.
나도 몰랐는데.

냐루

인간을 짝사랑한 신의 말로가 망각이라니. 체면 안 사네⋯.
유언은 그것으로 됐고?

Noel

아.
으으음.
하하….
지금 네게 해도 되는 말인지 모르겠어.
네가 기억하지도 못할 테지만.
그래도, 뭐….
네게 남기는 유언이라면 역시 이게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냐루

말해보렴.

Noel

…이제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해도? 그래도.
내 짧디짧은 일평생으로 당신의 영원을 독차지해 보고 싶었어.
네 심장에 내가 조금은 남았을까….
…응, 역시 그 외엔 바랄 게 없네.
됐어.

 

한순간, 미묘한 표정을 하던 냐루가 다시 얼굴을 갈무리하기까지는 찰나의 순간조차 걸리지 않습니다.
딱,
가벼운 핑거스냅 소리와 함께 당신의 의식이 점멸합니다.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눈 앞의 냐루에게서?
아뇨. 조금 더 먼 곳에서⋯⋯.

냐루

심장이 없는 신에게 너무한 질문을 한다니까⋯⋯.
온통 너뿐이었다고 해둘게.
자, 이제 결말을 봐야겠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해줘.
이번에는 꼭.

 

눈을 뜨면 흰 병실입니다.
햇살이 따스하고 공기가 상쾌합니다.
얼마나 잔 걸까요.
문득 일렁이는 그림자에 창가를 바라보면,
창틀 위에는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누가 놓고 간 걸까요?

 

――――――――――――――――

 

KPC 로스트?
탐사자 생환.

 

냐루는 노엘에게 잊혀집니다.
노엘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개변됩니다.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며,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행복한 삶을 보내고,
그래요.
끝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ND